뒤늦게 시작한 성인 연주자를 위한 교수법
자료출처 : 스트링 앤 보우
노르웨이의 타르예 모 한산(Tarje Moe Hansen)은 20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영감에 가득 찬 이 교수가 제시하고 있는 대안들은 개개인의 자기분석 및
자발적 실험과 발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른들이나 뒤늦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초보자들도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어린 신동들과
마찬가지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앤 잉글리스(Anne Inglis)가 그를 만나보았다.
나 자신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성인 제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스승을 만나 보는 것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타르예 모 한산(Tarje Moe Hansen)이 성인 제자들을 발굴해내는 데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그들의 잠재력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에 있어서의 다음 혁명은 보통 수준의 성인 음악가들이 대거 양성되는 데 있다' 고 예견했다.
여느 음악원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재능이 번득이는 십대 제자들을 다수 가르친다.
하지만 자신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그로서는
여러 연령층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양 행동하지 않는 대신
제자들과의 교류를 무척이나 즐긴다. 그도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를 꾸준히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또한 지니고 있다.
사실 모 한센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학습방법에서 각각의 묘책들을 취하고
이들을 주의 깊게 분석한 뒤 효용가치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아마추어 바이올린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난 모 한센이 청소년기에 쌓은 실제 연주 경험은
팝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한 것이 전부였다.
그가 20세 때, 그의 아버지가 자신이 만든 바이올린의 소리를 평가하기 위해
그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는데 왼손잡이인 모 한센은 악기를 집어 들자
오른쪽 어깨에 얹고는 몇 음을 그어보았다. 이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에 힘입은 그는
동네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의 도움으로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방법, 즉 바이올린을 왼손으로, 활은 오른손으로 잡는 방법을 시도했으나
별 신통한 진전이 없자, 그는 이를 포기하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을 계속했다.
그 후 단 3개월 만에, 그것도 왼손잡이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오슬로 음악원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연주자들을 왼손잡이로 연주하게끔 운명 지어져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대체해법을 가진 선생으로서 나는 그것이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라면 실제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겠지만,
현악 4중주의 경우에는 이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되죠.
두 바이올린 주자가 서로 반대편에 앉아서 동시에 청중을 바라보며 연주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 활동을 계속하던 그는 몇 년 후 좀더 가르침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고
런던의 카토 하바스(Kato Havas)에게 지도를 받게 된다.
노르웨이로 돌아오면서 모 한센은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내부를 감지해내는 통찰력을 얻고자 주력했다.
“물론 당시의 나는 대안에 관한 이러한 탐구 과정이 결과적으로 바이올린 연주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10년간의 연구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자연히 여러 가지 다른 해결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나는
관습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열어 적극적으로 다른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지요.”
모 한센은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닥치는 대로 읽고 연구했으며
자신이 고안한 모든 방법들을 시험해 보았다.
그는 또한 즉흥연주를 연습하는 동시에 지판 전체를 통해 특정한 패턴의 음렬을 연주하는
편안한 방법을 찾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성인 연주자들은 반드시 그들 자신의 독특한 배움의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어린 아이들도 세브직을 연주할 수 있지만 어른들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서
영감을 얻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스스로가 자신의 세브직이 되어야만 하죠.
마지막 조율은 개개인의 몫이며 우리는 각자 자신들의 연주에 있어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와 분석은 강한 테크닉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이 같은 자세는 모 한센을 스승의 길로 이끌었다.
학생들은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들고 그에게로 모여든다. 모 한센은 현재 개인지도와 함께
노르웨이 스테이트 아카데미에서 고급반 연주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물론 그도 자신의 제자가 메이저 경연대회에서 성과를 올리거나,
오케스트라의 좋은 자리를 차지했을 때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그가 보다 기뻐하는 일은 그의 늦깎이 제자들이 그들의 악기와 사랑에 빠져
운명적인 음악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기존의 악기 교수법은 10세만 되어도 악기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간주하지만
모 한센은 `늦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란 결코 없다' 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야 바이올린을 시작한 모 한센이 악기 연주에 있어
기존의 교습법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모 한센에게 바이올린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끝없이 그의 넋을 홀리는 매력적인 존재다.
바로 이런 악기와의 `친밀감'이 그가 성인들에게 전하려고 애쓰는 부분이다.
또 성인들에게는 전통적인 교습방법이 별로 만족을 주지 못하는데, 이것은 교습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어른들의 사고엔 별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성인들의 경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들 앞에 놓여진 시간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
“당신이 스무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한다면 무척 빠른 속도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라고 그는 단언한다.
“우리는 늘 `선생님 말씀이 정답'이라는 고정관념에 길들여져 있으며,
그 밖의 다른 길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인 음악가들도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니고 있지요.
그 한 예가 성인들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모방을 통해 배워간다면 성인들은 그들만의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갈 수 있죠.
성인들에겐 이러한 독창성의 연마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 한센에게 있어서 `정신적 훈련' 이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는 “연주자가 6시간 동안 바이올린에 대해 `사고'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단 10분의 연습만으로도 6시간의 연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 단언한다.
또한 그는 성인들도 언제 악기를 시작했건 간에 어린 학생들과 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음악가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어쩔 수 없는 타성에 묶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어릴 적 배웠던 전통적인 테크닉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교수들도 새로운 실험과 개개인의 해법탐구를 장려하기보다는
그저 유능한 선생이 되는 일에만 급급해 하고요.”
모 한센의 성공이 그에게 내재해 있던 뛰어난 재능의 산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가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과 다양한 접목행위의 시도가 필요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그에게 문제해결의 열쇠는 연습곡과
스케일 사이를 메워주는 훈련도구가 없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이러한 갭은 20세기에 작곡된 곡들의 연습에 있어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모 한센은 지판의 활용법에 대해 명쾌히 밝혀주는 학습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 사실에 대한 증거로,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라도-그가 얼마나 악기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가와 관계없이-새 악기를 보여주었을 때, 제 2포지션과 제 3포지션 사이에서만
악기를 시험해 본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바로 다음 음정과의 간격이나 동일 포지션 내에서의 음 간격은 플레쉬, 크로이처 또는 세브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하지만, 매우 높은 포지션에서의 연주 혹은 간격이 큰 음 사이를 건너뛰거나
자유로이 음을 연결함에 있어서는 숙련된 연습 벌레들이라도
그리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모 한센은 이것을 `안전 재대에서의 안주'로 간주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이하다거나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히려 긴장이나 두려움에 직면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인간적 반응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그러한 안전지대에 지속적으로 머물고 싶어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전통적으로 장조와 단조에 바탕을 둔 제한된 접근법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므로,
특정 패턴을 따라 구성된 음렬의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대작이나 현대작품의 훈련에 적합한 다양한 연습 방법들을 계발해냈다.
“이 연습들은 항상 사용되는 피치와 음정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각에 모두 동등한 중요성을 부여함으로써 지판을 완전히 익히리 수 있게 해 주지요.”
모 한센의 두 번째 저서는 지판 위에서 궁극적 정확도를 달성하고 독보력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작품을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 음정간의 간격과 위치의 이동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저서는 밸런스와 동작과 호흡에 중점을 두었다).
`유럽 현악기 교사 협회' (European String Teachers Association)의 후원으로 열린
근자의 주말 공개 레슨에서 모 한센은 지판 위에서의 자유분방한 움직임과 정확한 터치 및
정밀한 음조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의 연습법은 절대음감 혹은 잘 다듬어진 상대음감이 없는 이들로서는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어려운 음 간의 도약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활의 사용을 특정부위로 제한한 가운데 음 간격을 훈련하는 방법으로
워밍업을 시작한다. 이는 마치 누군가가 지판의 도면 위에 자로 잰 듯 점을 찍어 넣는 작업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모 한센은 이 `도면'을 음의 정밀성 및 안전성의 열쇠로 간주하고 있다.
그의 몇몇 연습법은 현의 중간과 가장 끝점들 사이를 오가는 것이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참가자들은 보다 쉽게 음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음정 이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비브라토다. 모 한센은 비브라토 스케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자세히 들어보았을 때 비브라토는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
손가락을 아래로 내린 상태, 뒤로 물린 상태, 그리고 그 중간 상태에서
모두 비브라토를 연습하도록 한다' 고 말한다.
그는 특히 비브라토의 타이밍과 조절을 강조하는데,
손가락들은 언제나 빨라지려는 속성이 있으므로 그것을 늦추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최소한의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파가니니 카프리스를 잠시 연주해 보였다.
모 한센의 지적에 의하면, 때때로 비브라토의 문제는 활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줄을 바꾸는 연습, 활의 독립된 파트를 사용하는 연습과 아울러
활의 에너지를 비브라토에 실어주는 훈련을 행하도록 권고한다.
그는 `온활에서의 빠른 비브라토는 매우 어렵다' 고 이야기하면서
비브라토의 여러 속도 변화를 보여준 뒤 곧바로 브람스 소나타 G장조의 첫 부분을 연주했다.
그는 레슨 내내 자신이 알려주고자 하는 사항에 매우 적합한 레퍼토리를 사용함으로써,
그야말로 조금도 낭비가 없는 효율적인 학습을 이끌었다.
모 한센은 공개레슨의 마지막 날, 몇 명의 참가자들을 선택하여 각자에게 적합한 발의 위치,
머리의 자세 그리고 팔과 손의 각도 및 활의 압력을 조정해 주었다.
한 연주자는 그의 레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각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다시 말해
악기에 담긴 영혼을 발견해 낼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의 가르침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 한센과 같이 왼손으로 활을 잡기를 원하는 이들의 필수과제는 바로 악기를 구하는 일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악기에 대한 수리작업이 필요하다.
그의 악기는 노르웨이의 올 페르디난트 스토른(Ole Ferdinand Storn)이 제작한 것이다.
스토른은 원칙적으로 기존 악기의 베이스 바와 사운드 포스트의 자리를 바꾸고
간단히 두께만을 조절해 주는 단순개조작업에 극구 반대한다.
그는 기존 악기와 반대되는 바이올린으로 개조할 뿐 아니라
악기 몸체의 음향점 위치를 조절해 준다. 스토른은 음향학 및 전파학의 전문가이자
바이올린 제작자인 헤롤드 룸트(Harold Lumd)와 함께 만들어낸 두께조절법을 매우 중시한다.
“어떤 부분은 보통보다 약간 두껍고 또 다른 부분은 보통보다 약간 얇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러한 양극간의 차이는 엄청나나 것입니다.”
모 한센의 가르침 중 많은 부분은 관습적인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연주와 연습에 있어서 개인의 창의력을 일깨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나는 전통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어떻게 하면 전통을 보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배움에 있어서 당신 스스로가 창조해낸 모든 것들은 보다 긴 생명력을 갖습니다.
우리는 모두 `선생님의 말씀이 정답'이라는 고정관념에 발목을 잡혀있지만,
연주는 바로 우리 자신의 실험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해요.
우리는 성인으로서 새로운 `개척자'가 될 필요성을 지닌 것입니다.”
앤 잉글리스 글/유승연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