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페이지의 남의 인생을 읽는다.
신문에서 모니터에서 책에서

나에게 주어진 분량은 A4 한 장.
이 한장의 분량에 학교 졸업후 살아온 이야기를 쓰는데
나흘 밤 낮이 걸렸다.

글을 쓰면서 이렇게 막막한 적이 없었다.
커다란 냉동 고기덩어리를 자르기 위해
과도를 들고 설치는 것 처럼 그 어디 부터 칼집을 내야 하는지,
손끝 부터 머리까지 석화가 되버린 느낌.

실타래 풀려 쏟아내기 시작하면
보기 흉하게 망가져 버릴 것 같아 망설이게 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생각하면
쓸게 없고..
 
아디다스 광고에 나오는 애들은
칠판앞에서 마커팬 하나 갖고
'내 이야기 좀 들어 볼래..?" 하면서
술술 나오던데.

난 안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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