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방위 훈련을 다녀왔다.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늙수구레한 아저씨들 모습에 놀랐고, 게 중 나이로 치면 내 가 상위권에 있을 거란 사실에 민망했다.
'나는 저 들 눈에는 더 해 보이겠지..'
웅성 되는 가운데 탈북자 여성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혈기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북에 대한 증오와 불안한 정서를 쏟아내는 락커의 샤우팅 이었고 흡사 반공 웅변 대회에 나온 초등학생 모습이었다.
힘들게 아이를 데리고 여러나라를 전전하며 겪은 고생에 측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그러나 자부심에 가득찬 그녀의 반공, 반북의 서술은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김정일을 뿔 달린 괴물로 그리라고 할 기세였다.
김대중정권 이 후, 안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6.2 지방 선거는 친북 세력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 등…
다소 수위를 넘는 발언을 하는 순간 부터 . 탈북 여성이 아닌 xx당 당원의 선거유세로 들렸다.
무리수가 있는 대본이었다.
이어폰을 꼈다.
'북한의 주민들은 지도자 동지가 남한의 배를 가라 앉혔다고...'
회의실 음향시설이 제법 하는것 같다. 여전히 잘 들린다.
하루 100원 임대료 짜리 임대 휴대폰은 mp3가 없다.
정말 왠만해서 안누르는 유료 서비스버튼위에 검지 손가락이 울컥했다.
앞 뒤에 있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파묻혀 살던 세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휴대폰이 아닌 게임패드를 잡듯 양손으로 받쳐들고 어깨를 좁히고 앉는다.
- 부러운걸..
핸드폰을 끄고 연습장을 꺼내서 퍼즐 문제를 내가 내고 내가 풀었다.
- 나름 지적 자위.
두 문제 쯤 풀었을 때 LPG가스 안전교육이 이어졌다.
부루스타를 쓸 때는 넓은 판에 호일을 쓰지 말야 한다는 것,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기면 어째든 가스 기사를 불러 해결하라는 거.
마지막 시간은 응급 처치 교육 이었다.
교통사고는 직접 돕지말고 신고 부터 하라. 2차 사고 위험이 있다. 독박쓴다
응급처치도 당사자나 3자에게 의사를 밝히고 하라. 잘못하면 독박 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하려 함부로 덤비지 말라. 독박쓴다.
역시 사고가 나면 119를 불러야 한다는거.
응급처치 교육인가 응급 회피 교육인가 ...
인공호흡 설명이 지루해지기 시작해지자 그는 마네킹을 꺼내서 나와서 실습 할 사람을 외쳤다..
좀 처럼 반응이 없자 , 그는 여유롭게 최종 병기를 꺼냈다 .
'이거 하는 사람은 집에 가도 좋습니다...'
순식간에 강연장은 논산 훈련소가 되었다.
사람들이 웅성 웅성 하기 시작했고.
한 두명이 시범 후, 참잘했어요 출석 도장을 찍고 가방을 챙기자 ,
여기 저기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요..! 저요! ..'
손까지 든다.
'그래 실컷 하고 집에 일찍가라…까짓 15분..'
한 시간 남짓 남았지만 방송실 조교끼리 40분 일찍 끝낼 꺼라는 소리를 옅 들었었다.
어깨를 좁히고 연습장에 앞사람 뒤통수를 스케치 했다.
주차도장을 받고 홀가분하게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데 주차 아줌마가 잡는다.
'요금이 많이 나오셨는데요...'
'저 민방위 교육자 인데 ..주차도장도 받았는데요....'
'그거 한 시간만 빼주는 거에요..'
' 이런...썅.....'
-물론 속으로...
일 해 주고 세경은 커녕 끼니 곡식 까지 내주는 노비가 따로 없다 했다.
큰 길서 라디오를 켜자 군면제 국무총리가 임명 되었다는 말, 외통부 장관의 군면제 인사 청문회 소식이 이어졌다.
옆 자리에 던져 놓은 민방위 출석증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블로그에 올린다면 노비인증 샷 정도겠지.
겹쳐있는 주차증을 보자 인공호흡 마네팅의 온화한 백제의 미소가 떠오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인공호흡 하고 일찍 나올 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