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춤 아래까지 눈물 콧물 범벅이야. 다들 넌 울고 있다고 침묵으로 밀어내고 있어. 하지만 너만 웃고있지 2008-03-16 00:50:20
이 글은 minoox님의 2008년 3월 16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글은 minoox님의 2008년 3월 16일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벽면 가득히 총총히 박힌 타일같은 글씨는
모두가 음식이름.
가득한 이름만 보아도 이미 포만감이 든다.
무얼 먹을지 한 줄씩 글씨를 따라간다.
온통 표백된 중국산 쌀을 김으로 위장한 여러종류의 김밥 변종을 지나고
화학 조미료 가득한 화공약품 찌게류를 건너뛰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뼈조각과 쇠죽같은 시래기가 어울져 있는
해장국 씨리즈를 만난다.
다른사람들은 뭘 먹을까.. 다들 어른 스런 입맛인지
추운날씨를 해장국기운으로 불어내고 있다.
'아저씨...그래도 몸에 안좋은 건 드시면 안될텐데..
바깥의 쌀쌀한 날씨와 주머니속을 생각하니 다른 식당을
나갈 기분도 아니고 어쩔까싶다가
집에서 먹던 라면과 물만두 한접시를 주문했다.
주문을하고 나니 그제서야 한참을 떠들고 있었던듯한 tv가 배경에서 깨어난다.
홍조가 된 그녀는 총총히 박힌 타일을 찍어내듯
새 대통령에 대한 멘트를 쏟아내고 있었다.
두 번의 경쾌한 목넘김,맥주
한 번의 가늘고 긴 날카로움, 소주
이주간의 폭발하는 장약, 사랑.
1년을 넘게 짝사랑 했던 그녀가 비로서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확신이 든 순간을 기억한다.
미니카세트가 지금의 디카나 노트북 만큼이나 얼리어댑터의 최대관심사 일 때, 난 목숨을 걸고 맨 앞에 서고자 했다.
방금 송금 받은 따끈한 하숙비로 용산을 이곳저곳을 쑤셔 가며 최신 카세트를 사고 축구 선수 나카다가 라커 대기실에서쓰고 있 던 백폰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찌되었건 그런 소비가 그녀와의 그 날 데이트를 위한 나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 날.
소주방에서 한 두잔 잔을 기울이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냥 웃고 설레고 .."사실 나도 그래왔어.." 란 독백을 서로에게 던지며 황홀경에 빠져있었다
술집을 나와 바닷가에 처음 나온 아이처럼 종로 한 복판을 걸을 때 문득 그녀가 가벼운 입맟춤을 했다.
순간 '조금만 더.. ' 란 말로 요구되는 상황은 없었다.
머리로 이어지는 모든 혈관 속은은 세라토닌 원액으로 충만했고 심장은 마약 가득한 주사기 였다.
난 분명 하늘을 날고 있다 .
그리고다시 현실에 연착륙했을 때...
난 그 날 하숙비가 변한 카세트가 없이 백폰만 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며 웃었다..." 으하하...방금 소주방에 오늘 산 카세트 두고 왔어....하하.."
그녀도 웃었다.."까르르...바보....근데 왜 다시 가질러 안가?"
"몰라...".
그리고 계속 행복해 했다.
그리고...
간단히...
세월이 흘렀다.
이제 카세트가 아까웠다는 생각이든다.
왜 다시 가지 않았을까.
혹시 난 다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이해 하게 되면 더 나은 사람이되겠지 했다.
세상을 한참 등지고 혼자서 모퉁이 보고 서있을때면 어디선가 심장을 쥐어잡고
머리채를 뒤로 잡아채는 글을 마주 할 때가 있다.
누구의 글일까..
또 그 사람의 글이다.
한 번도 끝까지 읽어본적 없는 그의 시는 모두 다 알것 같다..
책상의 한 귀퉁이에서 , 여행 가방 쪽주머니에서 , 자동차 다찌방에서 .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 항상 날 주시하는 그 책은 날 방관하지않는다
어제도 마주친 글귀하나.... 아직도 숨이 차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기형도.